당신의 매너 온도는?
가능만 하다면, 나는 이력서에 당근 매너 온도를 큰 글씨로 적고 싶다. 그리고 당신에게도 요구하고 싶다. 채용 인터뷰에서 MBTI를 묻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하던데, 그럼 당근 매너 온도를 묻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보다 사람의 평소 행실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서비스에 가입하면 당연하게 부여받는 36.5도는 말 그대로 체온밖에 되지 않는, 미적지근한 온도다. 적어도 40도는 넘어야 한다. 36.5도보다 낮다면 말할 필요도 없다. 단 한 번이라도 비매너 신고를 받은 적 있는 인간 말종이라는 뜻이니까. 재거래 희망률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재거래 희망률이 100%가 아니라고? 뭘 어쨌길래 당신의 낯짝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거지? 매너 온도가 너무 높아도 의심스럽다. 요즘엔 당근에 업자가 워낙 많다.
당신의 인성을 숫자 몇 개로 판단하는 내가 너무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당근의 세계는 냉정하다. 같은 물건이 계속 올라오고 키워드 알림이 하루 열 번씩 울리는 이곳에서, 37도 정도로 비벼볼 생각이었다면 꿈 깨시길. 그냥 포기하고, 아무도 사지 않을 그 고물과 함께 집에서 행복하게 사시길. 조금 생채기 나고 비싼 물건이어도, 나는 42도 이웃과 함께 안전하고 평화로운 당근 생활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