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남은 사연
어렸을 적 큰 삼촌이 우리 집 위층에 살았다. 그는 고정적인 직업이 딱히 없는,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외숙모에게 넘겨준 신남성이었다. 덕분에 큰삼촌에게는 사회인 특유의 때 묻은 구석이 없었다. 항상 반소매 반바지 옷을 입고, 배꼽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나와 언니, 사촌 동생을 뒷좌석에 태운 채 산과 바다로 떠나는 낭만을 알았다. 우리는 언제나 그가 어딘가로 우리를 데려다주기를 기다렸다.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로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기를, 먹을 수 있는 산 열매와 갈대 순을 찾아 주기를 기대했다. 그는 조카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집안 어른이었다.
한 번은 삼촌이 모는 자전거 뒷좌석에 앉았다가 발을 크게 다쳤다.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오겠다며 슬리퍼를 신은 채 설렁설렁 삼촌을 따라나선 참이었다. 양옆으로 다리를 벌려 앉은 후 삼촌의 허리를 꽉 안고 있었는데, 오른쪽 발이 뒷바퀴 체인에 감겨 들어가는 바람에 안쪽 복숭아뼈 아래쪽으로 커다란 상처가 났다. 놀란 삼촌은 나를 둘러업고 집까지 냅다 뛰었다.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지만, 늘 그랬듯 엄마는 나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어렸을 적 나는 오만 사고는 다 치는 까불이였기 때문에, 집에 상비되어 있던 연고와 밴드를 가져다가 붙여주었을 뿐이다.
엄마는 오른쪽과 왼쪽 슬리퍼가 바뀌어 있는 내 발을 보며 “이거 때문에 발이 감겼나 보네, 어휴”하고 혀를 찼다. 아마도 자전거에서 넘어지고 난 후 삼촌이 급한 마음에 신발을 잘못 신겨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는 조카를 다치게 한 것 때문에 무거운 삼촌의 마음을 가볍게 해주려고 그렇게 말한 것일 테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다친 상처가 겁나게 아팠기 때문에, 그 이후로 자전거를 타는 날엔 절대 신발 두 짝을 바꿔 신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