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bi Ko

나의 살던 고향은

나는 제주시 오등동에서 태어났다. 정확히 말하면, 부모님과 언니가 오등동에 살 때 제주 시청 근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내가 만 3살이 되기 전에 오등동에서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왔기 때문에, 오등동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이게 가끔 억울하기도 했다. 집안의 막내로서, 두 살 터울 나는 언니조차 기억하는 그곳을 나만 제대로 알지 못했고, 엄마 아빠 언니 셋이서 오등동 이야기를 할 때마다 살짝 소외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넓은 잔디 마당이다. 밖거리에 세 들어 사는 신세였기 때문에 주인집과 우리 집 사이 마당이 넓으면 얼마나 넓었겠냐마는, 자그마한 나에게는 운동장과 다름없이 커다래 보였다. 어릴 적 사진을 모아둔 앨범에는 웃통을 벗거나 나시티 한 장에 기저귀만 차고 잔디 위를 기는 내 사진이 많다. 내 모습은 흡사 미쉐린이다. 오동통한 소시지 팔뚝과 터질 듯한 볼따구, 숱 많은 머리칼을 가진 채 방긋 웃고 있는 게 내가 봐도 좀 귀엽다. 이상한 건 무릎을 땅에 대지 않고 네발로 개처럼 기고 있다는 건데, 엄마 말에 따르면 잔디가 닿는 것이 따갑다고 늘 그렇게 기어다녔다고 한다. 그럼 긴 팔 긴 바지를 입힐 법도 했겠지만, 지금도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어릴 적 여름마다 땀띠를 달고 살았기 때문에 늘 빨가벗고 돌아다녔다. 조금 커서는 더운 날 자기 전에 마당에서 등목하거나, 평상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는 아빠에게 맥주를 한 모금 얻어먹거나, 주인집이 키우던 마당 개의 집에 들어가 낮잠을 자기도 했다. 단 하나도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어디서 들은 것을 내 기억인 양 모사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오등동은 언젠가 꼭 한 번 돌아가 보고 싶은 나의 살던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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