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bi Ko

2026-06 육아 일지

2026-06-01

고요에게 처음으로 장난감을 사줬다. 이제 막 조립을 마친 터라 고요가 어떻게 가지고 놀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걸 제대로 가지고 놀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벅차다. 어제는 고요 옷도 샀다. 물려받거나 선물 받은 옷 말고 제 돈 주고 우리가 산 건 처음이다. 물론 그냥 간단한 실내복이지만, 그리고 이것도 당장은 고요가 못 입는 한 단계 큰 옷이지만. 고요에게 뭔가 해줬다는 사실만으로 뿌듯하다.


2026-06-05

고요가 분유를 너무 급하게 먹는다. 먹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소화력이 따라오질 못하는 건지, 먹다가 힘들어하면서 젖병을 밀어낸다. 그러고서는 다시 배고프다고 난리를 친다. 어떨 땐 120ml나 먹고서도 더 달라고 운다. 근데 주면 게워내버린다.

고요의 졸음 신호, 배부름 신호, 배고픔 신호를 읽는 게 참 어렵다. 배고파하면서 젖병을 밀고, 하품해 놓고 잠이 안 온다며 우는 이 녀석. 너도 네 마음을 잘 모르는구나? 근데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알겠어!


2026-06-07

나만 육아를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하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보면 사람들은 수유텀이니 수면 교육이니 잘만 하는 거 같은데, 나는 고요 마음 읽는 것도 어렵다. 졸린 거 같으면 재워보고 배고픈 거 같으면 먹여보고 놀고 싶은 거 같으면 놀아주고…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다가 하루가 다 간다. 이러다가 시간이 흘러도 루틴 없이 아무 때나 먹고 자는 아기가 되면 어쩌지! 고요가 알아서 자기에게 맞는 시간표를 잘 찾아갈 거라 믿는 수밖에. 엉엉.


2026-06-10

매일매일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며칠 동안 하루 몇 번씩이나 젖병을 밀어내고 울면서 밥 먹느라 엄마 마음 찢어놨던 고요가 어제부터 갑자기 밥을 잘 먹는다. 뭐지. 아무것도 바뀐 게 없는데? 그리고 오늘은 밥 먹고 놀 때 눈 맞춤이 됐다.(아마도?) 내 얼굴을 고요 눈동자가 따라왔다. 매일이 똑같은 일상 같지만 고요는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2026-06-11

열 번 중 여덟 번은 안아줘야 잠드는 고요. 잠든 거 같아서 바닥에 눕히면 5분도 안 돼서 깨버리는 고요. 재우고 눕히기를 두 번 정도 반복해 보고 그래도 안 되면 그냥 안아 재운다. 문제는 안고 있으면 네 시간 넘게 안 일어나고 잔다는 거다. 배고픈 것도 잊을 정도로 엄마 아빠 품이 좋은 건가? 이 작은 아기가 사람 품을 구분한다는 게 신기하다. 근데 웃긴 건 고요를 내내 안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거다. 비스듬히 누운 다음, 내 다리 위에 올려두기만 해도 계속 잔다. 바닥보다 여기가 더 불편할 거 같은데… 이상하다.


2026-06-17

고요랑 진짜로 눈 맞춤이 된다.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만재 친구들이 만들어 준 모빌을 기저귀갈이대 위에 달아뒀는데, 기저귀 가는 내내 모빌도 빤히 쳐다본다.

오늘과 어제의 내 하루는 너무나도 비슷하게 지루한데, 고요만 너무 바쁘다. 바쁜 만큼 부지런히 달라진다. 고요의 시간과 내 시간은 다른 속도로 흐르나 보다.

내 시계는 똑-딱-똑-딱.

고요 시계는 똑딱ㅋ도가딱똑땃또사….


2026-06-19

고요가 처음으로 한 끼에 160ml 먹은 날. 나시 옷을 입으면 팔뚝이 어마무시하고 뒷목에 살이 접힌다. 우람하다.


2026-06-28

고요랑 처음으로 산책을 다녀왔다. 아기띠 처음 할 땐 엄청나게 싫어하더니, 몇 번 연습한 덕분인지 산책하는 내내 품 안에서 잘 잤다. 임신했을 때 자주 걸었던 동네 놀이터를 세 바퀴 돌았다. 짧은 나들이였지만 환기가 됐다. 민석이랑 나란히 걸은 게 얼마 만인지.


2026-06-29

고요가 웃는다. 며칠 전부터 슬쩍슬쩍 웃는 듯 보였지만 긴가민가했는데, 이제는 확실히 알겠다. 고요가 웃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 열고 빛을 들이면서 고요를 기분 좋게 깨워주는데, 그때 가장 많이 웃는다. 잘 자고 일어나서 기분이 좋은가 보다. 웃는 얼굴 덕분에 이제 고요의 기분도 알 수 있게 됐다.

#daily #ko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