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bi Ko

2026-05 육아 일지

2026-05-10

고요는 끈기가 강하다. 배고파서 짜증이 날 만도 한데, 젖을 물리면 제대로 물기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태어난 지 5일도 안 됐지만 원하는 게 있으면 쟁취할 줄 아는 아이인 것 같다.


2026-05-11

어제는 새벽에 고요가 자주 깼다. 정말 피곤하고 졸렸는데, 고요가 아기 새처럼 앙앙 내 젖을 무는 모습을 보면 갑자기 힘이 난다. 임신 전, 나에게도 모성애가 있을까 걱정했던 시절이 이제는 전생처럼 느껴진다.


2026-05-14

오늘은 고요와 첫 외출을 했다. 출산 1주 차 검진 겸 고요도 신생아실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검진 받느라 못 봤지만, 민석 말로는 고요가 피를 뽑는데도 울지 않고 잘 견뎠다고 한다. 첫 외출이라고 긴장 잔뜩 했는데, 아무 문제 없이 순조롭게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순딩이를 낳았다 보다.


2026-05-21

지난 보름 동안 모유 수유를 가지고 씨름을 했다. 병원에서 시작한 분유 보충을 줄이고 직수를 연습하기 위해, 가슴에 울혈이 생겨 고요가 직수를 거부해서, 늘지 않는 고요의 몸무게와 아기를 제대로 먹이지 못하고 있다는 내 죄책감 때문에. 매번 다른 이유로 수유가 어려웠다.

몇 번의 수유를 제외하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시간이 나에겐 줄곧 두려움이었다. 계속해서 부족한 엄마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내 젖꼭지를 물겠다고 가슴을 향해 달려드는 고요가 너무 기특해서, 열심히 먹어 주는 고요가 너무 예뻐서. 모유 수유를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어느 저녁, 고요가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또 젖을 찾았고, 배가 너무 고픈지 발버둥을 치느라 젖을 잘 못 물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고요에게 짜증을 냈다. 잘못 없는 아기에게 짜증을 냈다고 생각하니 미안해서 눈물이 났다. 이럴 거면 단유하고 고요에게 분유를 먹이는 것이 맞겠다는 마음이 섰다.

어젯밤부터 고요는 분유만 먹고 있다. 내 가슴은 젖이 빠져나가지 못해 땡땡하게 부었다. 나는 부은 가슴을 냉찜질하며 ‘그래도 이렇게 부은 걸 보니 지금까지 고요가 먹긴 잘 먹었나 보다’ 안심한다. 뭉친 젖을 손으로 짜내면서, 내가 너무 일찍 포기한 건 아닐지 생각한다. 속상해서 계속 눈물이 난다.


2026-05-25

고요가 배앓이하는 것 같다. 하루 종일 못 자고 조금씩 자주 먹는다. 밥 먹고 눕혀 놓으면 속이 불편한 건지 몸을 꼬면서 용을 쓰다가 앙 울어버린다. 안아줘야 잠들어서 오늘은 고요를 품에 안고 저녁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었다. 잠든 것 같아 속싸개를 단단하게 해주고 다시 내려놓았더니 결국 또 운다. 고요를 다시 품에 안았다. 다시 잘 자다가 긴 방귀를 뿌우우웅 꼈다. 고요의 부글거리던 속이 방귀와 함께 잔잔해졌으면. 고요를 품에 안고 이 일지를 쓴다.


2026-05-27

고요는 표정 부자다. 자는 모습을 지켜보면 시시각각 얼굴이 변한다. 팔자 눈썹을 하며 찡그렸다가, 스리슬쩍 웃다가, 히히히 웃다가, 갑자기 얼굴이 시뻘게지면서 용을 쓴다. 고요가 무의식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표정을 짓기 시작하면 어떤 느낌일지 조금씩 상상이 된다. 얼른 나를 보고 웃어줬으면!


2026-05-29

고요가 결핵 예방 접종을 했다. 주사를 맞는 동안 고요가 움직이지 않도록 꽉 잡고 있어야 했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아기 힘이 엄청 세다며 아들이냐고 물어봤다. 아들 같은 내 딸… 주사를 맞아서 그런지 배앓이인지 오후 내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안 하던 분수토도 한 고요.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마음이 아팠다. 혹시 안정감을 얻으려고 과하게 먹고 있나 싶어서 처음으로 쪽쪽이를 줘봤는데, 너무 잘 빨아서 눈물이 났다. 처음 젖 물릴 때 생각도 났고, 굶다시피 하다가 처음 분유 먹는 고요를 보던 날도 생각나고…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많지 않은데 문제가 생기면 내 탓만 하게 되는 것이 육아인가 싶다.

#daily #ko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