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nbi Ko

내가 일하는 공간

알람이 울린다. 아침 5시 45분이라는 뜻이다. 나는 5분, 3분, 1분씩 알람을 연장하다가 결국 꾸역꾸역 몸을 일으켜 침대에서 일어난다. 세수하거나 옷을 갈아입거나 납작하게 눌린 머리를 매만지지도 앉은 채, 안방에서 거실을 지나 서재로 향한다.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책장, 그리고 맞은 편에는 아침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큰 창문이 있다. 나는 방 한가운데 놓인 책상으로 걸어가 노트북 앞에 털썩 앉는다. 침대부터 책상까지는 딱 10초. 이렇게 내 출근 준비가 끝난다. 침대에서 뭉그적 거린 시간보다 출근까지 걸리는 시간이 더 짧다니. 어떤 회사나 조직에도 속하지 않은 채 남편과 둘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의 특권이다.

나와 남편은 좁고 기다란 책상을 반씩 나누어 쓴다. 책상 가운데에는 볼펜, 연필, 형광펜이 뒤섞여 꽂혀있는 필통이 세 개 있는데, 이것이 암묵적으로 우리 둘 사이의 업무공간을 나누는 경계다. 내 책상 위에는 어젯밤 읽다가 엎어 둔 책, 거치대에 올려 둔 노트북, 용도를 정해두지 않고 모든 생각을 적어두는 노트 한 권이 전부다. 반면 남편의 책상은 훨씬 난잡하다. 꼬여있는 케이블, 쓰는 걸 당최 본 적 없는 악력기, 책상에 팔을 괴면 팔꿈치가 아프다며 가져다 둔 미니 쿠션, 안경, 안경닦이, 노트북. 나와 남편은 똑같은 탁상 스탠드를 하나씩 사용하는데, 이것 빼고는 완전히 딴 판이다. 일하는 속도와 성향이 다른 우리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 같아 웃기다.

아침 6시가 되자, 나는 zoom 미팅에 접속해 마이크와 카메라를 켠다.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미팅에 접속하기 시작한다. 그중에는 바로 옆에 앉아 있는 남편의 얼굴도 있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나는 잠긴 목소리를 숨기며 활기차게 말한다. 1시간 후에 만나자는 짧은 말을 덧붙이고 나면, 우리의 ‘창작하는 아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창작하는 아침’은 지난 1년간 남편과 내가 운영해 온 온라인 모임으로, 매일 아침 6시에 zoom 미팅으로 모여 1시간 동안 자기만의 창작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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